경주


마지막(이라고 생각하는) 답사를 다녀왔다. 좋았다. 좋았는데
경주라 좋았던 건 아니고.
답사는 원래 좋은 거고, 서울은 벗어나면 장땡.

씹을거리의 고갈에 대한 염려없이, 근 3일 동안 이즈미와 신명나게 털다 왔다.
교수님이니 행인이니 가릴 것 없이 사방천지에 있는 것은 모두 맛을 보았다.
맛 보면서, 우리가 그나마 좋아하는 일이 이것 뿐이니 이것으로 뭔가 돈이 될만한 일을 찾아보고자 했으나
그런 돈벌이가 있을지 알 수 없고, 우리가 프로 꾼이 될만큼 재주가 있는지도 확실치가 않았다.

시골볕을 보니 사철 발 벗고 이삭이나 주워볼까 싶기도 해서,
그저 들판 어디로 시집와서 두나절이고 세나절이고 막걸리만 먹다가
남편 리어카에 실려 들어와서 소박이나 맞아볼까 하면서 좋다고 웃었다.
그러다 건넛집 인도댁한테 데바나가리나 배워보자고 하면서 또 좋다고 웃었다.

잔칫날 술 먹고 재실같은 거나 태워볼꺼나.
그치만 나에겐 미남 도시 남친이 있으므로 패스


대릉원은 평화롭고 무성의했다.
천마총에 들어갔다. 교과서에서 봤던 저 유명한 천마도
찜질방 수면실 누비 비닐떼기 같은 거에 빗바랜 물감이 간신히 말라 붙어있었다.

불국사 관광객은 좀 막무가내였다. 저들 사진 찍는다고 야야 비켜
유모차 끌고 나온 가족단위부터, 학생들, 정체모를 여러 단체들
그리고 할매 할배들

뒤에서 어떤 할매가 그랬다.
남자들이 자기 좋다고 정신 못 차린다고.
할배는 그게 다 시커먼 속셈이 있어서 그런 거니 곧이 듣지 말라고,
굳이 할매에게는 하지 않아도 될 충고를 했다. 또 할매는 그런 건 몰랐다는 듯이
그렇냐그렇냐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를 추월

할매 옷이 빨갰다가 파랬다가 좀 그런 것이,
그리고 이런 저런 말하는 양이
부부라기보다는 초등동창생 정도로 추정되었는데
어쩐지 할배 역시 호텔로 돌아가 동창생을 맛있게 잡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.


경주 시내에는 두 집 걸러 한 집이 찰보리빵 가게였는데

찰보리빵 발명가의 집
찰보리빵 3대 원조 집
찰보리빵 50년 만든 집
찰보리 찰보리 난리난리

그래도 맛은 참 있어서 한 개에 천원이라도 아깝지는 않았는데,
나중에 나와 이즈미가 휴게소에서 산 빵은 부산모처에서 만든 것이었다.
이즈미는 그걸 과외집 어머니에게 드린다나


돌아오는 날 아침부터는 마음이 헛헛하더니
서울이 가까워오자 꽉 맥혔다.
경주네 뭐네 바람만 들어서는.



덧글

  • 2011/05/05 08:12 # 답글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코알라 2011/06/28 10:21 # 답글

    여그는 또 미적지근하구마잉
  • 2011/08/20 20:17 # 삭제 답글

    여기는 들어올까말까 고민하게 만든다니깐! 쫌 올려라 가스나야. 다음 포스팅 주제: 학원 라이프 or 약 열흘 전에 맞이한 해방정국이 어떠한지
  • 선욱 2011/08/24 05:57 # 삭제 답글

    해방정국이라....
    우리 아나가 친구를 잘못 만났어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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